112 긴급 신고 접수로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하면 아직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은 가족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습적으로 술에 취할 때마다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가정 폭력의 경우에도,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들마저도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최후의 선택이 아니면 국가에게서 도움 받을 것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9월 말 모 일간지에 담뱃불로 손등에 상처가 난 미혼모 A씨의 충격적인 사진과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10대 미혼모 A씨의 가슴 아픈 사연은 '아빠는 화가 나면 폭력을 행사하다 피우고 있던 담배를 어린 딸 손등에 지졌으니 손등 상처는 울긋불긋한 '담배빵' 자국이고 결국 18세에 집을 나와 지내다 임신을 해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혼모시설의 사회복지사가 “미혼모가 된 10대 청소년의 대다수는 어린 시절 가정불화와 폭력에 시달려 길거리로 나온다”라고 전하는 말도 실리는데,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의 집안일이 아닌 사회 문제임을 시사한다.
현재 대통령이 가정폭력을 가정파괴범으로 규정하고,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과 더불어 4대 사회악으로 지정하여 특별관리대상이 되었으며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법적으로 국가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만약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데 재정문제 등의 이유로 이혼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라면, 경찰이 처벌 위주의 사건처리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를 상담소,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등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재발의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고 판단하면 피해자의 신청 또는 경찰관의 직권으로 1. 주거로부터 퇴거 등 격리 조치 2. 주거, 직장에서 100m 접근 금지 3. 전기통신(휴대전화, 이메일 등)을 이용한 접근 금지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상 1부터 3호는 최장 6개월까지 조치할 수 있으며, 위 결정을 위반하고 재발 우려가 있을 경우 최장 2개월까지 유치장, 구치소 등에 유치할 수도 있다.
위 사항은 피해자가 처벌의사는 없으나 재발 우려가 있고 징역, 벌금 등 형사제재를 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경우, 전과가 없는 가정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을 개선하여 가정의 평화를 회복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순찰차로 다급하게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하고 업무를 마무리한 후 지구대를 나서는데 문득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가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47세로 세 자녀와 아내를 떠나야 했던 절박한 심정은 어땠을지 그가 남긴 '마지막 강의'가 떠오른다.
또한 루게릭병으로 굳어가는 스승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메시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에서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가장 아쉬워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 소위 '정신적인 안정감'이 가장 아쉽더군. 가족이 거기서 나를 지켜봐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지. 가족말고는 그 무엇도 그걸 줄 순 없어. 돈도. 명예도.”라고 했던 글귀가 유난히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시아 뉴스통신
인천남동경찰서 만월지구대 순경 유지혜.(사진제공=인천남동경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