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찢기고 갈비뼈 부러지고…가정폭력 실태 '충격'
  • 등록일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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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아내폭력"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성폭력 상담통계 분석

<첨부파일 참조> 


 

"4대악(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달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가정폭력으로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상담통계로 본 가정폭력은 '가정폭력=아내폭력'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 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한 상담은 총 2586건으로 전화상담이 1855건, 전화재상담 289건, 면접상담 233건, 이메일상담 123건, 법률상담 84건, 기타상담(네이버지식인 상담, 이지데이게시판 상담) 2건이었다. 전체 상담 중 전화·이메일로 접수한 상담사례는 1978건이다. 전체 상담 중 가정폭력은 923건으로 37.7%를 차지했고, 성폭력이 884건으로 36.2%에 이른다.

가정폭력 피해성별 및 나이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피해자는 총 707명으로 이 가운데 30세~59세에 피해자가 넓게 분포해 있다. 반면 남성 피해자는 6명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는 배우자 및 과거 배우자에 의한 폭력이 무려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형태는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으로 나뉘는데, 상담자들의 복수응답을 분석한 결과 정서적 폭력이 80.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신체적 폭력이 61.9%, 경제적 폭력이 30.3%를 기록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상해 및 기타 피해는 파악한 것만 종합해 보면 153건으로 나타났는데, 멍이 드는 것뿐만 아니라 고막이 찢기는가 하면 갈비뼈, 코뼈 등에 골절상을 입는 등의 심각한 피해 상황도 종종 드러났다. 한편 보통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폭력을 떠올리지만 폭언·멸시·욕설과 협박을 함께 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서적 폭력 만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서적 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폭언·멸시·욕설이 394건으로 31.3%를 차지했고, 협박이 134건으로 1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시로 인한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121명(9.6%)에 이르고 통제나 고립을 하는 경우도 70건(5.5%)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주변인에 대해 위협하거나 외도, 공포감 조성,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리는 등의 다양한 정서적 폭력 유형이 나타났다.

가해자의 폭력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의 대응행동을 살펴보면 폭력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항목이 96건으로 가장 많았다. 맞서 대응하거나 경찰에 신고한다는 항목 또한 각각 78건, 75건으로 나타났지만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더라도 경찰이 '폭력의 증거가 없다'며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국여성의전화는 지적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한 피해여성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왔지만 경찰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고소를 하겠느냐'고 바로 물었고, 이 여성은 남편이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이 곤란해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후 이 남편은 경찰 신고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폭력을 더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범죄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에 의하면 경찰은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받는 즉시 출동하여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여성을 분리하고 가해자가 없는 곳에서 피해여성에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사와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가해 당시 대응행동에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기보다는 폭력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항목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피해여성들은 경찰이 와도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4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69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95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난해 11월, 남편으로부터 12년 동안 폭력 피해를 당해온 여성이 경찰에 여러 번 신고했음에도 결국은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현 정부 들어서 4대악 국정과제에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폭력을 포함시키고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가정폭력 대응 및 근절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책과 법제도 전반에서 가정폭력의 성별권력체계에 대한 이해와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느 때고 또다시 반복되는 피해의 이야기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는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슬 기자[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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